기본서 반복한 후, 유형별 학습을 하자
교과서를 모두 보았다면 수능 수학의 중요한 공식과 증명과정은 대부분 머릿속에 들어 있을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교과서가 아닌 기본서를 보는 것이다. 예컨대 개념원리 수학처럼 기본 설명이 풍부하고 그것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문제가 달린 교재를 공부해야 한다. 교재마다 각각 장단점이 있고 개인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으므로, 서점에 가서 비교한 후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중요한 점은 어떤 기본서를 선택하든 반드시 여러 번 반복해서 풀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반복해서’라는 말의 뜻은 같은 문제를 하루에 여러 번 풀리는 게 아니다. 기본서를 끝까지 다 보고 난 후에 다른 문제집으로 넘어가지 말고 처음부터 다시 보라는 얘기다.
굳이 그럴 필요 있냐고 말하는 학생들이 가끔 있는데, 기본서의 반복은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처음에 한 번 풀고 나면 공부를 다한 것 같지만 다시 보면 내가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심지어는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거나 공식조차 잊은 경우도 많이 있다. 수학 실력은 이 책 저 책 뒤적여가면서 기르는 게 아니라 기본서 한 권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기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그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할까? 물론 많이 반복하면 좋겠지만 효율을 따져봤을 때 가장 적절한 반복 횟수는 3회라고 본다. 실제로 나도 「개념원리 수학을 3회 반복해서 봤다. 횟수를 늘려갈 때마다 실력이 성장함을 느꼈고 성적도 한 단계씩 뛰어올랐다.
기본서를 볼 때 유의점이 있다. 많은 학생이 기본 개념이 설명된 부분은 그냥 눈으로 한 번 빠르게 훑어본 후 바로 문제 풀이로 들어가는데바람직하지 못한 습관이다. 어차피 문제는 나중에 죽어라 풀게 될 것이다. 진도를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 개념을 차근차근 꼼꼼하게, 하나하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나는 개념원리 수학』의 설명 부분을 한 줄씩 꼼꼼하게 읽으면서 관련 내용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뒤의 문제를 풀었다. 문제를 풀다 막히면 곧바로 개념 설명 부분으로 돌아와서 그 내용을 반복해서 읽었다. 그렇게 공부하니 문제를 이해하고 푸는 속도가 빨라져 전체 공부 시간은 오히려 단축되었다.
참고로 문제를 다 풀고 점수를 매길 때는 ㅇ, △, ☆ 표시를 해두는 것이 좋다. 내가 쉽게 맞힌 문제와 실수로 틀린 문제, 그리고 어려워 서 손도 못 대거나 여러 번 반복해서 풀어도 계속 틀리는 문제를 구별해서 표시해 두는 것이다. 이렇게 표시를 해두면 다음에 반복할 때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동그라미 표시가 있는 문제는 편한 마음으로 풀 수 있고, 세모 표시가 있는 문제는 이번에는 실수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별표 표시가 있는 문제는 이번에는 꼭 맞혀보자는 마음으로 공부하게 된다.
기본서의 모든 문제를 다 풀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정답이 없다. 나는 각 단원의 뒷부분 문제까지도 빠짐없이 풀었는데, 실력이 부족한 상태라서 너무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 뒷부분 문제의 일부만 푼다든가, 예제와 유제만 풀고 그냥 다음 단원으로 넘어간다든가 하는 식으로 융통성을 가지는 것도 좋다. 또한 기본서를 3회 반복하는 것이 시간 관계상 너무 힘들다면 2회만 반복하고 두 번째 풀 때는 세모와 별표 표시만 골라서 풀면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적어도 2회는 반복해서 풀어보기를 추천한다!
기본서 공부가 끝났다면 이제 해야 할 공부는 ‘유형별 학습’이다. 시중에 보면 「쎈 수학」이나 「개념원리 RPM처럼 같은 유형의 문제들을 모아놓은 문제집이 있다. 일명 ‘노가다 문제집’, ‘내신용 문제집이라 불리는 이런 교재들을 풀고 나면 정형화된 유형에 관한 문제는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된다.
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서 풀면 계산력도 좋아지고, 나중에 비슷한 사고 과정을 요구하는 문제가 나오면 금방 해당 부분을 이용해서 응용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긴다. 그러므로 기본서를 끝낸 후에는 반드시 이런 유형별 교재를 선택해서 풀어보라. 확실히 수학 실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느낌이 들고 실제로 성적도 한 단계 뛰어오를 것이다.
모르는 문제 위주로 사고력 높이기
유형별 학습을 끝냈다면 다음에 보아야 할 것이 수능 기출문제다. 즉 수능 수학은 기출문제를 가장 마지막에 공부한다. EBS 수능특강과 EBS 수능완성은 어차피 학교 진도에 맞춰 풀게 될 교재다. 남들보다 앞서려면 이것 외에 뭔가 다른 공부를 더 해야 하는데 나는 수학에서는 수능 기출문제가 가장 좋은 교재라 생각한다.
물론 EBS 수능특강과 EBS 수능완성』에도 좋은 문제가 많다. ‘이런 좋은 문제를 만들려면 얼마나 천재여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가끔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접근하는 문제보다는 그저 계산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어 난도만 올린 문제도 많았다. 그렇지만 수능 기출문제에는 그런 게 거의 없고 접근법만 잘 찾아내면 풀이 과정도 아주 깔끔하다. 그러니 최근 10년간 수능과 평가원 모의고사를 내려받아 하루에 1회씩 풀어보자.
시간 배분 연습도 병행하면 좋다. 수능 수학의 문항수는 30개이고 주어진 시간은 답안지 마킹을 포함해 100분이다. 이 시간에 맞춰서 시험을 치르는 것도 좋지만 20분 정도 시간을 단축해서 푸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매우 도움이 된다.
심지어 나는 수능 수학 1회분을 60분 내로 모두 푸는 연습을 꾸준히 했다. 시간이 부족하니 처음에는 주관식을 모두 못 풀거나 4점짜리 문제 상당수를 놓치곤 했다. 그러나 꾸준히 연습하니 나중에는 60분 안에 모두 풀 수 있게 되었다.
이 시기의 나는 하루에 2시간수학 공부를 했는데, ‘문제 풀이 60분+모르는 문제 고민 60분’으로 배정해서 공부했다. 예를 들어 30문제 중 틀린 문제가 5개라면, 그 5문제의 정답을 맞힐 때까지 계속 도전하는 시간으로 뒤의 1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해설을 보지 않고 어떻게든 내가 풀어내려고 노력한 그 시간이 내 실력을 키워준 진짜 공부 시간이었다.
만약 그 1시간 이내에 못 푼 문제가 있으면 수첩에 적어서 쉬는 시간에도 보고,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농담할 때도 생각해 보고,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도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끈질기게 매달리니 결국은 풀려버렸던 경험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수능 수학의 3단계 공부에서 중요한 점은 이렇게 모르는 문제를 가지고 오랫동안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학은 특정 지식을 묻는 게 아니라 생전 처음 보는 문제의 풀이 과정을 얼마나 빠르게 생각해 낼 수 있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서를 충분히 반복하고 유형별 학습까지 끝내놓았다면 대부분 문제는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들이 못 맞히는 서너 개의 문제를 맞히기 위해서는 사고력 자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그 방법은 해설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별표 표시가 된 문제를 그저 이마에 피가 맺히도록 끝까지 궁리하는 것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