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생각과 고민보다는 수준별 실천이 앞서야 한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날 때까지 수학을 아주 못했다. 그러나 25점에서 출발한 수학 점수는 한 학기 만에 만점이 되었고 실전 수능에서도 만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건내가 머리가 좋거나 끈기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게다가 고등학교 때 과외나 학원 수업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고, 인터넷 강의도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누구나 이처럼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방법이다. 당시 어떤 이는 나에게 선행학습을 하라고 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많이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심지어 경시대회 문제를 추천하는 사람도 있었다
있었다! 만약 내가 그런 방법들을 썼으면 어땠을까? 지금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런 방법들은 모두 상위권의 공부법이기 때문이다.
수학은 다른 어떤 과목보다 실력에 따라 공부 방법이 확연히 달라지는 과목이다. 나는 실력에 따라 다른 공부 방법을 사용했다. 점수가 높아지고 실력이 늘면 그에 맞게 공부법을 바꾸었다. 그리고 그것이 옳은 전략이었다는 것은 결과가 증명해 주었다.
이제부터 나는 수학 공부 방법을 성적에 따라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할 것이다. 수학은 어느 과목보다 ‘실력별로 나눠서 진행해야만 성적이 오른다.
이제부터 말하는 방법은 내가 효과를 톡톡히 봤던 것들이다. 또한 내가 가르친 많은 학생들도 이 방법으로 성적이 올랐다. 독자들도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공부법을 이용해 끈기를 가지고 노력한다면 분명 최상위권이 될 수 있다.
60점대 이하는 저학년 교과서부터 보자.
수학에서 25점을 받은 직후 누군가가 나에게 쉬운 문제집을 풀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쉽고 얇은 문제집을 사서 풀어보았다. 가끔 풀리는 문제가 있긴 했으나 쉬운 문제만 풀다 보니 문제가 조금만 어려워 도 풀지 못했다. 내가 원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내 목표는 아무도 풀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까지 풀어내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는 ‘건방지게도 최상위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을까?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에는 ‘지수로그함수’가 나온다. 함수에 대한 기초가 전혀 없었던 나는 내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 책을 봤지만 역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중학교 교과서를 뒤적였다. 함수 개념이 처음 나오는 건 중학교 1학년 1학기였다. 내가 기초가 얼마나 없었는지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겨울방학 동안 중학교 교과서를 모두 읽고 풀었다. 아는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차근차근 읽어보니 의외로 모르고 있었던 내용이 많았다. 사실 교과서만큼 기본 개념이나 공식의 유도 과정을 쉽고 자세히 설명한 책이 없다. 교과서를 꼼꼼히 읽는 것만으로도 스펀지에 잉크가 스며들듯 내 머릿속이 점점 ‘수학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교과서의 예제에는 보통 풀이 과정이 나와 있다. 나는 그 풀이 과정을 읽어본 후 반드시 내 손으로 직접 풀어봤다. 부지런해서가 아니었다. 그렇게 따라 풀어보지 않으면 뒤의 연습문제는 도저히 풀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한 달 동안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까지 모두 읽고 풀었다. 내 수준에 맞는 학년부터 공부했기 때문에 나는 드디어 수학에 흥미를 붙일 수 있었다. 모든 단계를 차근차근 밟았다는 자신감은 그 후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를 대해도 내가 모르는 개념은 없다. 좀 더 생각하면 반드시 풀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 생각하니 서점에 꽂혀 있던 중학교 교과서에 손을 갖다 댄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수학 하위권 학생은 일단 저학년 교과서부터 보라. 만약 자기 학년교과서의 연습문제를 풀어봐서 80% 이상 못 맞힌다면 과감히 지난 학기나 저학년으로 내려가라.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서울대에 합격한 나도 고등학교 2학년 때, 게다가 이과생이었는데도 중학교 1학년 교과서부터 공부했다.
수학은 다른 과목과 달리 저학년의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해야 고학년에서 고득점을 할 수 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완전히 다른 내용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배운 내용이 점점 심화되기 때문이다.
수학 성적을 빠르게 올리는 비결은? 바로 기초부터 닦는 것이다. 지금의 성적에 계속 머무르고 싶다면 친구들이 보는 문제집을 따라보면 된다. 하지만 최상위권이 되고 싶은 ‘건방진’ 학생들은 나처럼 교과서에 손을 대라.
주위에서는 다른 말을 할 수도 있다. 학교 선생님을 찾아가 정말 저학년 교과서를 봐도 되겠냐고 묻는다면 아마 반대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분이 반대하는 이유는 이 방법이 효과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학년 교과서를 보겠다는 당신의 말이 학교 선생님에게는 이렇게 들리는 것이다.
“나는 저학년 교과서로 혼자 공부할 테니 앞으로 학교 수업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내신시험도 전혀 준비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학교 선생님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건 나 역시도 같은 생각이다. 아무리 수학의 기초가 중요하다 해도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야 한다는 공부의 대원칙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따라서 수학 기초가 약해서 저학년 교과서를 보겠다면 그건 그날의 수업 복습을 모두 끝내고 어떻게든 시간을 추가로 만들어서 해야 한다. 그러니 이제 학교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해보라.
“선생님. 제가 고1 함수 단원에서 기초가 약한 것 같아요. 전 하루에 수학 공부를 4시간 하는데, 그중 1시간은 중학교 수학의 함수 부분부터 차근차근 풀어볼까 해요. 괜찮을까요?”
아마 아까와는 대답이 다를 것이다.
70점대 같은 문제를 여러 번 반복해서 풀어보자.
저학년 교과서로 충분히 기초를 닦았는가? 그리고 지금 학년의 교과서도 충분히 읽고 거기 실린 문제들도 모두 풀었는가? 그렇다면 기본 개념과 공식은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공식을 써먹는 공부’를 해야 한다. 수학 점수가 70점대 에 머물러 있는 학생들은 특히 이 부분이 약하다. 공식은 알고 있지만 응용문제에서 막힌다. 쉬운 문제는 풀지만 문제를 조금만 비틀어놓으면 풀지 못한다. 공식을 언제 어떻게 써야 하는지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공식과 관련된 문제를 많이 풀어보아야 한다. 그래야 낯선 문제를 만났을 때도 쉽게 공식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기는 공식을 단순 적용하는 쉬운 문제와 조금은 골똘히 생각해야 하는 문제를 3:7 정도로 섞어서 최대한 ‘많이’ 풀어야 한다.
그런데 이때의 ‘많이’는 다양한 문제를 풀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양한 문제를 푸는 것은 실력이 더 성장했을 때의 공부법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똑같은 문제를 여러 번 반복해서 푸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 단계에서 적합한 책은 개념원리 수학」(개념원리수학연구소) 등 소위 ‘기본서’라 불리는 교재다. 기초적인 문제부터 난도 높은 문제까지 잘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양도 공식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정도다.
또한 교재에서 어려운 문제도 아직은 풀 필요가 없다. 예컨대 5개념원리 수학이라면 각 단원 뒷부분의 어려운 문제들은 아직 풀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각 단원 앞부분, 즉 필수예제나 유제들은 반드시 최소한 두 번은 반복해서 풀어야 한다. 그래야 기본적인 문제를 확실히 맞힐 수 있는 실력으로 성장한다. 참고로 나는 개념원리 수학을 ‘세 번 반복했다.
한편 교재에 풀이 과정은 적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그런 걸 적어놓으면 두 번째 풀 때는 해답을 뻔히 보면서 푸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풀이 과정은 연습장에 따로 적는 것이 좋다.
80점대는 최대한 다양한 문제를 반드시 풀어봐야 한다.
이제는 기초도 있고 공식을 적용하는 기본적인 문제도 풀 수 있다.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풀이가 가능한데도 성적은 80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또 한 단계 뛰어오를 수 있을까?
지금부터는 소위 ‘양치기’다. 한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것은 더는 효과가 없고 이제 다양한 문제를 되도록 많이 다뤄보아야 한다. 나는 모의고사 모음집을 다섯 권 정도 풀었는데 이렇게 하는 것도 좋고 『쎈수학』(좋은책신사고)을 보는 것도 좋다. 다양한 문제들이 유형별로 나뉘어 있고 분량도 많아서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서 시중의 일반 문제집을 여러 권 푸는 것도 좋다. 교재는 크게 상관없다. 그러나 무조건 ‘양’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4,90점 이상은 사고력 위주로 공부하자
만약 어떤 학생이 한 시간 동안 수학을 10문제 풀었다고 하자. 다푼 후에 답을 매겨보니 7문제를 맞혔고 3문제는 틀렸다. 틀린 문제는 해설을 보고 왜 틀렸는지 완벽하게 이해를 했다. 이 학생의 공부량은 얼마나 될까? 한 시간? 10문제? 아니면 7문제? 3문제?
안타깝게도 이 학생의 공부량은 0이다. 왜 그럴까? 이 학생은 문제를 풀기 전에도 7문제는 맞힐 실력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실력이 있었으니 맞힌 것 아니겠는가? 문제 풀이는 기존에 있는 실력을 확인한 것일 뿐 실력이 특별히 향상되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 틀린 3문제만큼 공부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틀린 문제는 자신이 정답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는 말이다. 즉 사고력이 부족한 것이었다. 사고력은 해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한다고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끝까지 고민해서 풀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상위권이 되고 싶다면 이제 ‘양치기’ 공부에서 벗어나 ‘사고력 위주의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사고력은 ‘생각하는 시간이 충분해야 길러지는 능력이다.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에 좌우되는 것이다. 따라서 상위권은 한 문제를 가지고도 골똘히 생각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
만약 10문제를 풀어서 7문제를 맞히고 3문제를 틀렸는가? 이제 틀린 3문제는 해설을 보지 말고 골똘히 그리고 충분히 고민해 보라. 아무리 시간을 투자해도 못 풀겠다면 해설을 찾아보기보다는 차라리 친구나 선생님에게 물어보자. 그들이 답을 찾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 나의 실력을 올릴 수 있는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맞혔던 7문제 역시 다른 풀이 방법은 없었을까 한 번씩 고민해 보자. 나는 1문제에서도 다섯 가지 풀이법을 끌어낸 적이 있다. 머리가 좋아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온종일 고민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신도 이렇게 공부하면 수학에서 만점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