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업을 듣기 전에 반드시 예습을 했다. 그런데 내 주위에는 예습한답시고 아직 배우지도 않은 교과서의 내용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는 친구가 있었다.
수학 같은 경우 진도 나갈 범위의 모든 문제를 미리 풀어두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공부가 너무 힘들다고 투덜대곤 했었다. 나는 ‘저렇게 공부해서는 오래 못 갈 텐데?라고 생각하며 옆에서 그 친구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친구는 수업 시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이 풀어놓은 문제집 위로 팔짱을 낀 채로 수업 시간 대부분을 꾸벅꾸졸곤 했다. 예습을 너무 완벽하게 하는 바람에 정작 수업 시간에는 울 것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물론 공부를 아예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효율적인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는 혼자 공부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지 않겠는가? 아니,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오히려 효율이 떨어지는 공부법이다. 혼자 공부하면 최소한 하루의 절반을 꾸벅꾸벅 졸지는 않을 테니까.
예습은 선행학습이 아니다. 선행학습이란 말 그대로 미리 공부해두는 것이다.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대략 80% 이상의 내용을 미리 공부해 두는 것이 선행학습이다. 반면에 내가 말하는 예습이란 ‘공부’가 아니다. 공부라기보다는 오히려 공부할 내용을 ‘확인’하는 정도에 가깝다.
가장 좋은 예습 도구는 기출문제다. 많은 학생이 기출문제를 시험에 대비할 때만 활용한다. 물론 시험 치기 직전에 기출문제를 보는 것은 효과가 크다. 그러나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은 기출문제를 평소에 그것도 수업을 듣기 직전에 보는 것이다.
물론 아직 배우지도 않은 내용이니 기출문제를 봐도 풀 수 있을 리 없다. 그러나 나는 풀기 위해서 기출문제를 보는 것이 아니다. 오늘배울 부분에서 중요한 내용은 무엇인지, 시험에 출제되는 것들은 어떤 것인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오늘 영어 수업 시간에 4단원 본문을 배운다고 치자. 그러면 수업 시작 직전에 기출문제를 보면서 해당 부분에서 어떤 문제가 출제됐는지 본다. 만약 현재완료의 여러 용법을 구별하는 문제가 나왔다면 선생님이 그 부분을 설명할 때 더욱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
만약 가정법 시제를 묻는 문제가 나왔는데 그 부분이 언뜻 보기에도 어려운 것 같다면 ‘수업 시간에 이 부분을 집중해서 듣고 필기도 잘해 놔야겠다’라며 준비할 수 있다.
이렇듯 내가 했던 예습이란 미리 공부해 두는 것이 아니라 곧 있을 수업의 내용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은 기출문제가 있으면 훨씬 쉬워진다.
하지만 만약 기출문제를 못 구했다고 하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5분만이라도 오늘 배울 내용을 넘겨 보면서 ‘이것이 중요할 것 같다’ 혹은 ‘이 부분은 어려울 것 같다’ 정도의 생각만 해둬도 크게 도움이 된다. 이렇게 수업을 준비하면 수업의 집중도가 훨씬 높아진다.
이제부터는 쉬는 시간에 기출문제를 보면서, 수업 내용에 관한 문을 하나만이라도 미리 생각해 보라. 그러면 타율적으로 그저 듣기만 하는 수업이 아니라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적극적인 수이 된다. 똑같이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듣는다고 해도 성과가 다를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