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학생들의 하루는 거의 비슷하다. 5분만 더 자면 지각할 시간에 일어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시간이 촉박하고 입맛도 없으니 아침밥이 넘어갈 리 없다. 헐떡이며 학교에 도착해서 친구들과 얘기 좀 하다 보면 곧바로 수업이 시작된다.
예습이 돼 있을 리 없다. 아니, 시간이 있어도 하고 싶지 않다.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선생님이 백 배는 더 잘 가르쳐주고, 인터넷에 들어가면 그보다 훨씬 잘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널려 있다. 저렴한 돈으로 명쾌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그러니 학교 수업이 귀에 들어올리고 잠만 쏟아진다.
쉬는 시간이 되면 바로 엎드려 잔다. 잠이 안 오면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이야기한다. 다음 수업이 시작되면 졸면서 듣다가 딴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오전과 오후가 지나고 저녁 무렵이 되면 드디어, 머리가 맑아지기 시작한다.
중학교 고등학교냐에 따라 이후 스케줄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지금부터는 그런대로 공부가 잘된다. 이상하게 저녁에 듣는 학원 수업은 학교 수업보다 귀에 더 잘 들어온다. 밤에 독서실에서 하는 공부도 낮에 학교에서 하는 것보다 집중이 더 잘된다. 그러나 공부가 잘되는 이 시간은 너무 짧다. 두어 시간 공부했을 뿐인데 벌써 밤 12시다.
공부하던 책을 모두 가방에 집어넣고 집으로 향한다. 집에 가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계획하지만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오자마자 핸드폰만 보느냐고 소리치는 부모님에게는 공지사항 확인할 것 있어서라고 투덜거리지만 나도 이런 내가 한심하다.
큰일 났다. 연예인 기사 몇 개만 봤을 뿐인데 벌써 한 시간이나 지났다. 씻고 와서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어 보지만 시각은 이미 1시가 훌쩍 넘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책을 들여다본다. 그런데 참이상한 일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이긴 한데 왠지 공부가 잘 안된다. 점점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래! 버티자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룬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시각은 어느덧 2시가 다 돼가고 쏟아지는 잠을 이제는 거부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대로 잠들기엔 왠지 억울하다. 온종일 공부에 시달린 것 같은데 생각해 보면 실제로 한 건 별로 없다. 이제부터라도 진짜 내 공부를 하고 싶은데 핸드폰의 유혹과 쏟아지는 잠에 휘둘리다 결국 침대로 쓰러진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면 5분만 더 자면 지각할시간이 되고, 그렇게 어제와 같은 하루가 이어진다.
우리는 왜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려는 걸까? 공부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공부 시간이 부족할까? 대부분 학생은 아침부터 밤까지 공부한다. 그런데도 공부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뭔가 잘못된게 아닐까?
사실 누구라도 공부 시간은 부족하지 않다. 깨어 있는 시간을 밀도 있게 쓰지 못하기 때문에 잠을 줄여야겠다는 충동이 생기는 것이다. 요컨대, 잠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낮에 하는 공부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밤늦게까지 공부할 필요는 없다. 아니, 그러면 안 된다. 그건 불필요하게 고생하며 공부하는 것이다. 하루를 적으로 그리고 제대로 보낸다면 일찍 잠들고도 그리고 푹 자면서 원하는 만큼 성적을 올릴 수 있다.
물론 푹 자기만해서는 당연히 성적이 오를리가 없다. 충분히 자야한다는 사실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일찍 잠이 들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을 만큼 하루를 제대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일단 아침에 눈을 뜨면 일분일초, 매 순간 집중해서, 마치 ‘폭풍이 몰아치듯 공부를 하자. 그리고 피곤해서 더는 공부할 수 없을 때까지 모든 체력을 그야말로 소진시켜라. 즉 ‘잠을 푹 자라!’라는 내 조언의 진짜 의미는 ‘잠을 푹 자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낮에 밀도 있게 공부하자!라는 뜻이다.
어떤 학생이 그날 하루 제대로 공부했는지는 저녁 10시에 그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초롱초롱하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온 힘을 기울여서 제대로 공부했다면 그 시간에 눈이 초롱초롱할 리가 없다.
나는 저녁 10시에 마치는 야간자율학습 시간도 버틸 수 없어서 9시만 되면 몰래 도망가고는 했다. 그러고는 곧장 집으로 가서 말 그대로 시체처럼 늘어져 잤다. 그렇게 공부하며 한 학기 만에 1등이 됐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은 의아해하며 묻는다.
“어떻게 그렇게 일찍 잠들고도 성적이 올랐어요?”
그러면 나는 대답한다. 일찍 잠들고도 성적이 오른 게 아니라 일찍 잠들었기 때문에 성적이 올랐다고 저녁 9시, 10시만 되면 더는 공부를 할 수 없을 만큼 온종일 밀도 있게 보냈기에 성적이 올랐다고
되도록 11시에는 잠들 것을 권한다. 그리고 잠은 7시간 이상을 자는 것이 좋다. 늦어도 12시 전에는 반드시 잠들자. 12시 전에 자는 한시간이 그 이후에 잘 때보다 두세 배의 숙면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시간이 아깝다면 늦게 자는 대신, 차라리 일찍 일어나 보라.
제대로 공부하는 하루는 제대로 자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나는 믿는다. 다음 날 공부의 질은 그 전날 얼마나 숙면을 했는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하루는 침대에서 일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게 아니다. 그 전날 잠을 자는 순간부터 새로운 하루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