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지나친 관심은 해가 될수 있어
초등학교와 중학교 저학년 때야 학교에서 혹은 학원에서 시키는 것만 잘해도 어느 정도 성적은 나옵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같은 방식으로는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모르면 치열한 입시를 통과하기 힘듭니다.
스스로 공부한다는 것은 강한 정신력을 필요로 합니다. 물론 공부가 재미있으면 효율이 높아지지만 그렇다고 재미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때부터 공부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때로는 힘들어도 참고해야 할 때가 많으며, 그 과정은 정신력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이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면 기특한 마음에 밤참이라도 가져다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입니다. 학교에서 돌아 와서도 몇 시간씩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는 마음에 “이것 좀 먹고 하지?”라는 식의 부드러운 말을 건빕니다.
그러나 자녀를 위하는 그 말 한마디가 자녀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됩니다. 모처럼 집중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말을 걸어오니 집중이 깨져버리는 것입니다. 한두 번밖에 말을 건네지 않았다고 해도 학생으로서는 다시 말을 건네지 않을까, 내 방문을 또 열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집중이 분산됩니다.
설령 공부하느라 저녁 한 끼를 먹지 않는다 해도 죽을 일도 없고 건강이 나빠질 일도 없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부모가 공연한 온정의 말로 자녀의 날카로운 집중력을 무디게 만드는 일이 자주 있는 집의 자녀들은 대부분 정신력과 끈기가 부족합니다.
그런 경우 특히 수학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학은 과목의 특성상 오랜 시간 깊이 생각하는 것이 필수이고, 풀리지 않더라도 근성을 가지고 달려드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과보호를 하는 집의 학생들은 집중력과 정신력이 약하다 보니, 특히 수학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가 힘든 것이지요.
문제집도 그렇습니다. 자녀가 문제집을 사달라고 하면 공부에 대한의욕이 생겼다며 좋아하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그러면 안 됩니다. 저는 기존의 문제집을 검사한 후에 모두 푼 경우에만 새 문제집을 사주라고 조언합니다. 어차피 새로 사줘 봐야 몇 장도 제대로 풀지 않고 금방 지겨움을 느낀 채 ‘좀 더 좋다는 다른 문제집’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패턴입니다.
집안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가 공부하고 있으면 부엌일이나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 것은 물론, 이부자리를 대신 펴주시거나 공부방을 대신 청소해 주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모님이 이런 태도를 보이면 자녀는 공부를 무슨 벼슬로 생각하게 됩니다. 공부를 무기 삼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꾀를 부리는 것입니다.
저 역시도 그랬고, 제가 접한 많은 최상위권 학생들은 오히려 가사를 적극적으로 돕는 학생들이었습니다. 그건 어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몸에 뱄다는 것입니다. 집안일이라고 해봐야 몇 시간씩 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 10~20분 하는 것이 전부인데, 공부한다는 핑계로 그런 것도 안 하려고 하는 학생이라면 공부에도 분명히 꾀를 부리는 학생입니다.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만들려면 다른 일도 스스로 할 수 있게 만드셔야 합니다.
예전에 어떤 학생의 과외 수업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처음 제가 집에 찾아가니 어머님은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현관문을 열어주셨는데, 학생 방에 들어가 보니 책상 위에는 먹을 것들과 풀다 만 문제집들이 잔뜩 널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쪽에는 비싼 핸드폰이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전형적인 과보호 집안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학생은 수업 시간 내내 집중하지 못하는 산만한 스타일이었고, 특히 수학성적이 낮았습니다. 저는 학생의 어머니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 이 학생은 과외보다는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게 성적을 올리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어머니는 금방 제 말의 의미를 알아차리셨습니다. 그 뒤로 학생에게 화장실 청소는 물론이고 각종 집안일을 돕도록 하셨습니다. 원하는 것은 다 사주었던 방식을 버리고 필요한 것은 직접 용돈을 벌어서 쓰도록 교육 방식도 바꾸셨습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 학생의 성적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성적이 향상된 것도 좋은 성과지만 더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예전보다 공부에 대해 훨씬 진지한 태도, 더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