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재수생활의 원칙
고3 수험생활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1년에 한 번 치러지는 수능의 특성상 ‘운’이라는 요소도 많이 작용한다. 특히 대학에 원서를 쓰고 나면 ‘경쟁률’처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많이 작용해서 아쉽게도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하여 결국 재수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면 재수해 본 선배의 입장에서 우선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왜냐면, 외적인 모습이야 입시 실패라는 처참한 결과겠지만 앞으로 당신이 재수를 하게 되면서 성장하게 될 내면의 모습은 어떤 교육과정으로도 이룰 수 없는 것임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물론 재수를 굳이 권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인생에서 그리 낭비되는 시간은 아니라고 본다.
재수하면 현실적으로 좋은 점도 많다. 고3 때는 내신과 수능 두 마리 토끼를 잡느라 어느 것에도 최선을 다하지 못했지만, 이제부터는 오로지 수능 하나에만 ‘올인’하면 된다. 남들보다 1년 더 공부한다는 사실도 성적이 오르는 주요 원인이 된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는 재수생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50만 명에 이르는 수능 응시생 중에서 재수생 비율이 무려 30%에 이르고, 인서울 대학교 입학생 3명 중 1명이 재수생이다.
문제는 모든 재수생이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당수학생은 1년 전에 입학했었던(그러나 휴학을 해두었던) 마음에 들지 않는 대학교로 다시 돌아가기도 하고, 또 상당수 학생은 삼수생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3보다 재수생의 수능 점수가 더 높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삼수생이 재수생보다 수능 점수가 높은 건 아니다. 따라서 입시 재도전은 반드시 재수로만 끝내는 것이 좋다.
재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이제부터 이야기할 몇 가지 조언은 다른 공부법 팁과는 다르게 당신의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것들이니 반드시 실천하길 바란다.
1. 독학은 금물이다
나는 아르바이트로 학원비를 벌어가면서 종합반 학원을 다녀보기도 했고, 학원에 다니지 않고 독학으로 공부해 본 경험도 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재수생은 반드시 학원에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중·고등학교 학생들에 게는 학원에 다니는 것이 가끔은 자기주도적인 학습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수생은 그 반대다. 왜냐면 이미 학교를 졸업한 재수생의 입장에서는 종합반 입시학원이 고등학교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혼자 공부하는 것은 무척 힘들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된다. 공부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관리를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장소에 나가서 계획된 진도를 공부하는 과정은 혼자서는 꾸준히 해나가기 힘들다. 만약 학원에 나가지 않으면 처음 일주일은 열심히 공부할지 모르나 곧 나태해지기 시작한다. 한 달만 지나도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일어나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낮과 밤이 뒤바뀌게 된다. 자극을 받지 않으니 의욕도 안 나고 진도도 생각만큼 나가질 않는다.
뒤늦게 (보통 선선한 바람이 부는 9월쯤 돼서야) ‘이렇게 혼자 공부하다가는 망하겠다’라는 절박함이 들어서 학원에 등록해 보지만, 그때는 이미 학원 진도를 따라잡기에 늦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재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당장 근처에서 가장 규모 있는 재수 종합학원을 찾아가 등록하는 것이 당신이 첫 번째 할 일이다.
2. 수능 날까지 결석금지, 지각금지, 조퇴금지
사실 이 원칙만 지켜도 재수 생활은 100% 성공한다. 고등학생들이 이 원칙을 보면 이게 뭐가 어려운 거냐고 코웃음 칠 테지만 한 번이라도 재수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지키기 힘든 일인지 알 것이다.
기싫은 날은 몸이 안 좋다 핑계 대고 안 나가면 그만이다. 게다가 재수생들은술·담배도 할 수 있는 어른(?)인지라 학원 선생님들도 강압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특히 저녁 자습 같은 경우는 완전히 자율이기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빠져도 상관없다. 이미 대학교에 진학한 친구들과 함께 호프집에서 즐겁게 맥주 한잔 할 수도 있다.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찌 보면 좋아보이는 이런 자유가 재수 생활에서는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적이 된다.
재수하면 서글플 때가 많다. 꽃다운 나이에 좁은 교실에서 분필가루와 먼지를 마시면서 하루 종일 쭈그려 앉아 문제만 푸는 생활이 비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힘든 생활이기 때문에 올해로 끝내야겠다는 각오로 공부해야 한다. “가끔은 스트레스도 풀어야 한다”라는 핑계로 친구들과 카페나 술집에 드나들거나 PC방을 전전한다면 그 사람은 내년에도 그 학원에 있을 확률이 높다.
3. 학원의 커리큘럼에 충실하자
많은 학생이 수능 두어 달 전부터는 수업 시간에 귀마개를 꽂고 자기만의 공부를 한다. 이렇게 수업을 듣지 않고 혼자 정리하려는 학생들을 위해, 재수학원이 친절하게도 전용 자습실까지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재수를 할 때 우리 반에 어떤 여학생이 있었다. 그 애는 “수업 내용이 쉬워서 이제 더는 들을 필요가 없고,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혼자 공부하는 것이 낫겠다”라며 항상 자습실로 내려가서 공부했었다. 반면에 나는 끝까지 교실에 남아서 수업을 들었다.
그해 나는 서울대에 합격했다. 그러나 그 여학생을 비롯해 수업 시간에 자습실로 갔던 많은 학생은 다음 해에도 그 학원에 등록해야 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소름이 돋았다.
‘재수생은 반드시 학원의 커리큘럼을 충실하게 따라가라’라는 말은 사소한 조언이 아니다. 선배들의 회한이 담긴 충고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우리가 수업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는 그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기 때문이 아니라 혼자 공부해서는 제대로 정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수업을 듣지 않고 혼자 정리하면 처음에야 공부가 잘되는 것 같겠지만, 점차 진도가 처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중에는 수업을 듣는 학생들보다 공부하는 양이 훨씬 줄어들게 된다. 그러니까 수업의 내용이 너무 쉽다면 다른 과목이나 다른 단원을 풀지 말고, 차라리 수업 진도에 해당하는 부분의 깊은 문제를 다뤄보는 것이 백배는 낫다.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불안한 마음에 수업을 멀리하고 혼자 정리를 하고 싶다는 충동이 강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내 경험상, 수능이라는 뚜껑을 열었을 때 소위 ‘대박’이 났던 학생들은 마지막까지 수업을 충실히 들었던 학생들이었다.